파워북, 안녕~
“이제 좀 바꿔요.”
내 파워북에 HDD 대신 SSD를 달면 더 빨라지지 않을까 궁금해하던 나에게, 호빵맥 ODD가 한번씩 말썽을 부려 파이오니아 제품으로 교체를 할까말까 고민하던 나에게 자주 돌아온 해답은 ‘이제 좀 바꿔요’ 였다. 그만큼 썼으면 됐지 얼마나 더 쓰려고 그러냐는 놀림일지 모르겠으나 내겐 존경으로 들렸다.
호빵맥으로 더 유명한 아이맥(iMac G4 17″)과 현재로서는 마지막 12인치 노트북인 파워북(PowerBook G4 12.1″). 호빵맥의 아름다운 디자인은 지금도 나의 자랑거리이고, 수퍼드라이브의 트레이가 쏙 나오는 모습은 흡사 혀을 삐죽 내미는 장난꾸러기를 떠올린다. 12인치 파워북은 그 크기 때문인지 다른 파워북의 고급스러움에 깜찍함이 더해진다. 그래서인지 몇년이 지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가 많다.
두 기종 모두 5년이나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생각하면 1GHz, 1.5GHz CPU가 최신의 OS와 응용프로그램을 거뜬히 돌린다는 것이 대견스럽기 그지없다. 윈도(Windows)를 쓸 수 없어서 당연히 인터넷뱅킹도 할 수 없고, 학교 홈페이지에서 학사업무를 볼 수도 없고, 수업 관련된 일이나 자료를 주고 받기 위해서 한밤 중에 학교 컴퓨터실을 찾는 일도 수없이 많았지만 난 내 맥이 좋았다. 그쯤의 성가심 정도야 거뜬히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내게는 쓰기 편한 컴퓨터니까.

그런데 어제 파워북을 다른분께 양도하게 되었다. 앞으로 적어도 3년은 더 쓸거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하고 다녔는데 계획에도 없던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왜? 그토록 아끼던 파워북을, 그것도 이제는 더 나오지도 않는 12″ 노트북을 왜 그렇게 갑자기 팔아야 했을까. 윈도를 깔아쓰고 싶어서도 아닐테고, 얼마전에 발표된 아이라이프(iLife 09)를 제대로 써보고 싶어서도 아닐테고, PPC 맥이 아니면 제대로 된 맥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설마 더 빠른 인텔맥에 대한 동경이 생기기라도 했나.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지?
아깝지만 파워북을 팔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인텔맥으로 이주하기 위해서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것들이 주된 이유는 아니다. 이유는, 다시 생각해도 좀 어이없긴 한데, 아이폰 앱(app) 개발을 위해서! 사실 내가 원하는 앱은 아주 간단한 기능이면 되는데 아무도 만들어주질 않는다. 목마른 내가 우물을 파려면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렇다고 내가 골빈해커님처럼 재미있는 앱을 만들어내는 실력있는 개발자도 아니고, 프로그래밍이라고는 학교에서 잠깐 C/C++ 배운게 다인데 이 무슨 용감한 행동이란 말인가. 무식하니 겁이 없긴 없다.
일단 파워북을 처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자 내가 새로운 인텔맥이 필요한 이유가 열가지 넘게 떠오른다. 파워북을 팔아야하는 이유도 덩달아 열가지나 떠오른다. 장터에 판매글을 올리자 여기저기서 연락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역시 파워북 12″의 인기는 뜨겁구나. 맥에 입문을 해보려 하신다는 분이 가장 먼저 연락을 주셔서 그 분께 양도하기로 했다.
깨끗하게 포맷을 하고, OS를 새로 설치하고, 박스에 파워북과 여러 부속품을 곱게 담았다. 그리고 잊지 않고 함께 전하는 편지 한장.
내용은 별 것 없다. 가끔씩 쓰던 물건을 팔게될 때는 반갑다는 인사와 그동안 아끼며 소중하게 써오던 것이니 유용하게 잘 사용하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편지나 메모지를 동봉한다.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기분좋은 거래가 되지 않겠어.
마침 구해온 빈박스가 안성맞춤이다. 파워북 박스를 넣고 빈 공간에 마우스와 키보드를 넣으니 딱이다. 말끔하게 포장된 모습을 보니 마음이 괜히 짠해진다. 노트북 하나 팔면서 감상 타령이냐는 핀잔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런거 있잖은가,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물건이 있는가 하면, 오래 써서 정이 가고 없으면 아쉽고 아무리 둘러봐도 그만한 물건이 없는 것. 파워북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섭섭한 마음..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
근데 내일 이 시간에도 섭섭할까. 아마도, 아닐걸. 내일은 나의 새 맥이 도착하니까. 오늘 왔어야 하는데 하루 더 설레라고 내일 온다. 하하하.


아아, 그 마음 저는 알것 같아요!(…이 쌩뚱맞음이라니) 그 감상;탓에 저는 결국에는 팔지못하고
무슨 애물단지마냥 다 껴안고… 산다랄까요? 덕분에 유학생주제에 노트북을 4대씩이나 갖고
있었어요 (-_-)/ 공항에 갈때마다 놋북 꺼내놓으세요, 하면 이건 장사꾼도 아니고…
>_<
그나저나 아이폰앱!!! 직접 만드시기 위해서 바꾸셨다니, 무엇을 만들고 싶으셨는지,
살짝 여쭤봐도 될까요?
매번 4대의 노트북을 다 들고 가세요? 각각 쓰임새가 다른가보네요. 전 하나에 애착을 가져서 일단 오래쓰긴 하는데 새로운게 생기면 둘에 애정을 나누어 줄 수가 없어서 이전 것은 안보이는 곳으로 보내거나 팔아요, 하하.
개발.. 개발이라기도 부끄러운데요 일단 만들고 싶은 것은 사전같은 거에요. 필요한 정보 입력해두고 언제든 쉽게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는거요. 그러고보면 기존의 사전앱에 DB를 추가해서 써도 되는 일인데.. 그냥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서요.
마지막 놀랄만한 반전이군요. 신형 맥북을 구입하셨나요?
후임을 생각해 놓지 않았다면 팔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보통 오전 중에 도착을 하는데 오늘은 좀 늦네요. 새 맥에 대한 자랑 시간이 자꾸 미뤄지네요.
우와….드디어 인텔로…ㅠㅠ 정말 축하드려요^^//
생각지도 않은 큰 지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웬만해서는 애플케어를 사지 않는데 이번에는 사는게 나을 것 같네요. 덕분에 올해 뿐만 아니라 향후 몇년은 허리띠를 바짝!!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새 맥을 혹시나 나중에 구입해도 지금 맥북프로를 팔 수 있을지… 제 처음 맥이라 애착이 많이 가거든요.
근데 구입하신 맥은 어떤 거??? 맥이라고 하신 거 보면 꼭 노트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
PPC 파워북도 여전히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데 맥북프로면 앞으로 10년은 더 쓰셔야지요, 하하하. 새 맥은 최대한 신비주의로 나가기 위해서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뭘까~요?
ㅎㅎ 너무 궁금해서 댓글 보려고 다시 방문했는데.. 신비주의!!! 내일 다시 찾아 올게요.
(워드프레스 유일한 단점은 댓글알리미가 없다는 거! ㅠㅠ)
인텔맥을 사용하시는군요~ 축하드립니다~ 전 맥북을 얼마전에 입양해서..사용하고 있는데,
열심히 적응중입니다. 저도 아이폰앱 개발할려고 입문했습니다. ^^;
근데 저는 정말 개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어떤 식으로 시작을 하는지 제 눈으로 한번 보고나면 좀 나을 것 같은데 뭐부터 건드려야 할 지 모르겠군요. 앞으로 도움 좀 부탁드릴게요
축하합니다.
전 PPC를 조금 쓰다가, 인텔 이주와 함께 슬슬 옮겨탔는데요, 성능은 확실히 더 좋아져서 사용하기가 좋더군요.